유럽에서 차박하기

 

자동차가 없었던 시절 서양 사람들은 장거리 여행을 어떻게 했을까?

마차에서 먹고 자면서 여행했다고 한다.

서부영화로 익히보아온 미국, 캐나다는 물론이고

대 평원으로 이어진 유럽지역에서도 장거리 이동수단은 마차였다.

자동차가 나온 후에는 트레일러에 먹고 잘 것을 실어 끌고 다녔고

그것이 발달하여 지금 같은 캠핑카도 나왔지만,

아무튼 차에서 먹고 자면서 여행을 다니는 것이 유럽에선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여름 휴가철 독일, 네덜란드와 남부 지중해지역을 연결하는 주요 고속도로의 휴게소에는

밤이 되면 차 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차들이 들어찬다.

대부분 차안에서 자고 아침에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떤 휴게소는 낮보다 밤에 더 붐비고 밤 늦은 시각에는 차 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유럽 모든 나라가 안전상의 이유 또 그 외 관리상의 이유로

‘Overnight Parking’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30분을 쉬는지 3시간을 쉬는지 누가 시간을 재는 것도 아니고,

피곤해 죽을 지경인데 잠자지 말고 운전해 가야한다는 법은 없다.

 

 

휴가철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휴게소의 아침 풍경. 대부분 차박을 했다.

 

 

 

잠 잘 공간

 

 

왜건형 승용차는, 뒷좌석을 앞으로 눕히면 트렁크 공간이 넓게 만들어지지만

7인승 SUV처럼 큰 차가 아니라면 두 사람이 눕기는 어렵다.

대부분 한 사람이 대각선으로 누워서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정도다.

일반 승용차라면 앞자리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고 등받이를 눕히면 잠 잘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거기 누워 자는 것도 괜찮지만 허리부분이 쏙 들어간 것과 발이 공중에 떠서 조금 불편하다.

이럴 땐 허리부분의 오목한 곳은 옷 같은 것으로 메우고,

발아래에는 박스나 가방 같은 것을 놓아서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해 놓고서 그 위에 두툼한 침낭을 깔면 침대 못지 않게 포근해서 잠이 잘 온다.

그런 식으로 소형 승용차 안에서도 두 사람이 충분히 잘 수 있다.

 

유럽의 밤 기온은 덥지 않다.

오히려 새벽녘에는 한기를 느낄 만큼 선선하며 모기도 없으므로 차에서 자는 것도 우리나라보다는 쉽다.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차안은 밀폐된 공간이므로 창문을 조금 열어두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차박 장소

 

 

가장 좋은 장소는 야영장이다.

여러 가지 시설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야영장까지 갔으면 텐트를 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귀찮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그냥 차에서 잘 수도 있다.

어쨌든 한 자리 요금은 냈으므로 거기다 텐트를 치든 말든 누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야영장 외에 가능한 곳이 고속도로의 휴게소다.

휴게소는 24시간 영업을 하는 상점과 주유소가 있고 드나드는 차들도 많아서 안전하다.

특히 프랑스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매점, 식당 외에도 식수대나 야외 식탁 같은 것들이 널찍한 터에,

거의 캠핑장 수준으로 잘돼 있어서 아주 좋다. 그렇지만 이태리의 휴게소는 터가 좁아서 불편하다.

 

휴게소가 아닌 소규모 파킹장은 위험하다.

도둑이나 강도를 유인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렇게 외딴 곳에서 차숙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외딴 곳에 있는 차를 경찰차가 발견하면 다가와 살펴보고 즉시 그곳을 벗어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고속도로에서의 “Overnight parking”은 서유럽지역에서만 가능하고

동유럽 국가의 휴게소에는 잠자는 차들이 없어서 썰렁하고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하지 않도록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프랑스가 가장 잘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