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족이 뭉쳐 다니는 여행은 나쁜 점이 더 많다.
자유여행의 본질은 ‘자유’다.
그리고 현장에서 결정해야할 일들이 계속 생긴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하는 만장일치 결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누군가의 마음에는 불만이 쌓여가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누적되어 급기야는 큰 싸움이 생기기도 한다.
여러 가족이 함께 가려는 이유는 대부분 ‘의지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엇을 의지하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특별한 이유도 없다. 대부분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많은 인원이 필요한 상황은… 없다.
혼자 다닌다면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그런 면에서 ‘둘이 떠나는’ 것만으로도 의지와 도움은 충분히 된다.
세 명 네 명의 협력이 필요한 일을…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여럿이 가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비용 절약이다.
막연한 짐작으로는 큰 차 한 대 빌려서 여럿이 타고 다니면
교통비나 기타 비용에서 절약이 많이 될 것 같지만
실제 계산해보면 절약되는 비용도 별로 없다.
7인승으로 두 가족이 다닐 수는 없고,
적어도 8인승이나 9인승을 빌려야하는데,
그런 승합차의 렌트비는 소형차의 두 배 이상이다.
최대한 본다 해도 연료비와 주차료 정도 절약될 수 있겠지만,
좁은 차 안에서 여행 내내 부대껴야하는 것을 생각하면 절약되는 비용은 너무나 적다.
비용적으로 가장 절약되는 인원은 정확히 3인 여행이며
이보다 많아지면 여행경비는 그에 비례해 늘어나게 된다.
3인이면 작은 차로 되고 방도 한 방에 묵을 수 있지만
4인부터는 차도 커져야하고 방도 언제나 두 개를 잡아야한다.
한사코 따라붙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마음은 무엇일까? 나를 위해서? 내게 의지가 되어주려고?
그건 아니다. “저 사람을 따라가면 돈도 적게 들고 편하게 실속 있게 구경할 수 있겠지” 하는 이기적인 판단.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충성을 맹세하며 따라붙는다.
거기에 속으면 안 된다.
현지에 도착하여 여행이 피곤해지기 시작하면 마음이 달라진다.
애써 준비해서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하는 인솔자는 생각지도 않고 여행사 가이드 대하듯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하는 일도 없이 따라다니며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을 모른 체 하기도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모두의 여행이 망쳐지기 십상이다.
여러 가족이 함께 가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하면 대부분 “국내에서도 많이 다녀서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해외 자동차여행의 어려움은 국내여행과는 수준이 다르다.
최소 열 시간이 넘도록 비행기를 타야하고
현지에 도착해서는 시차 적응부터 시작해서
입술이 부르트도록 매일 매일을 떠돌아다녀야하는, ‘중노동’에 비할만한 일이다.
국내여행에 비해 좋기도 열배는 좋지만
피로도나 긴장감 또한 열배는 더한 것이 해외 자동차여행이다.
국내에서 2박3일 재미있게 다녔던 경험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임무배분
할 수 있는 만큼 임무를 나눠 맏는 것이 좋다.
가족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가장도 그렇고
친구들과의 여행을 계획하는 주모자들도 대부분 모든 걱정을 혼자 다 한다.
혼자서 알아보고 준비하고 현지에서도 혼자서 다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처음엔 좋기도 하다.
여행계획을 자기 입맛에 맞게 짜는 소득도 있다.
다른 사람들로써도 그 사람이 모든 것을 알아서 다 해주므로 무척 편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려는 사람은 그래야해서라기보다는 자기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준비단계에서부터 일행들에게 별 정보를 주지도 않고 자기 혼자 다 알아서 하고
현지에 가서도 모든 일에 나서서 참견하다가 나중엔 가장 먼저 지쳐서 일행들에게 짜증을 낸다.
최대한 일을 나누어서 각자의 능력과 소질에 맞게 임무를 배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각자를 여행에 참여시키는 의미도 있다.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 외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아야하고
식사준비와 관계된 일도 한 사람이 모두 맡아서 책임져야한다.
초등학생도 노인도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역할 없이 따라만 다니는 사람이 없는 여행팀이야말로 최고의 여행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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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여행다니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맡는 것이 좋다.